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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ay

대기업 10년차 퇴사자의 글

by dodoyeo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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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부심과 평가가 남는 대기업

대기업에 입사한 지 벌써 10년,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안정된 직장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복지 혜택, 특히 여자로서 일하기 정말 좋은 환경까지 제공받았다. 어디를 가든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도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느끼는 만족감보다 불편함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을 감아야 할 때가 많았고, 내 본연의 성격은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다가도 결국에는 말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물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나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성격이 조금씩 다듬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나는 정치적인 관계와 이해관계로 얽힌 상황들 속에서 점점 지쳐갔다.

2. 나는 흔히 남들이 말하던 그 "부속품" 인가 

어느 순간부터 내 하루는 마치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느껴졌다. 나의 가치는 오직 성과로만 평가받았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더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되었다. 진정한 소통보다는 형식적인 미소와 대화가 오가면서 나는 점점 인간적인 관계에 목말라갔다.

무엇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커가는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삶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가 계속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더 이상 돈 때문에 회사에 매달릴 필요는 없어. 이제는 너만의 일을 찾아봐."

 

그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내 마음속 목소리가 이제는 분명히 들렸다. 나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더 이상 대기업의 부속품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찾기로 했다.

 

3. 퇴사:햇살이 들어오는 집에 있는 느낌

퇴사를 하고 나니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설레는 기분도 함께 찾아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와 함께,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첫걸음, 이제 시작이다.

이제 나는 아침을 천천히 즐기는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대낮시간 햇살이 들어오는 집에 있는 기분이란! 우리집이 이렇게 햇살맛집이었나 싶었다. 바쁜 출근길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브런치를 먹고 낮에는 여유롭게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거나 마음에 드는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사소한 일상의 여유 속에서 나는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4.소속감 그게 뭔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여유를 즐기던 어느 순간, 문득 회사 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 나름대로 느끼던 소속감과 안정감이 사라지자 공허함이 밀려왔다. 내가 했던 업무들, 매일 마주치던 사람들, 정해진 일정과 목표가 있었던 생활. 그 모든 것이 갑자기 떠올라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깊은 공허감을 준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내 인생의 또 다른 여정일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일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아이와 보내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아이를 핑계로 내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붙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하나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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